"태양광 에너지의 효과적인 발전과 이용이 이뤄지면 개인이 에너지를 소유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개인이 쉽게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넷플릭스처럼 구독료를 내면 복잡한 운영과 관리를 대신 처리해 드립니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2018년 3월 설립된 에이치에너지는 기업이나 기관이 아닌 개인이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발전 수익을 받아볼 수 있는 획기적인 모델을 제시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함 대표는 "전력을 유튜브처럼 구독하고 건물 지붕을 에어비앤비처럼 공유하며, 모두가 사업자이자 소비자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라고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포스텍 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함 대표는 '수학자와 공학도의 시각에서 태양광 발전업을 하면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으로 직장을 관두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주목한 모델은 플랫폼이었다. 거대한 발전소가 아니라 건물 옥상이나 주택 지붕에 소형 발전소를 전국 곳곳에다 설치할 경우 사람에 의한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플랫폼을 통한 효율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시시각각으로 수요와 공급이 변하는 전력의 특성상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이는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함 대표에게 제격이었다.
에이치에너지의 출발은 에너지 투자 플랫폼 '모햇'이다.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에이치에너지가 위탁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소에 개인이 투자를 하면 매달 10%가량 이자를 지급하는 투자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에너지라는 핵심 자원을 소유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에이치에너지는 효율적인 발전소 관리가 가능한 '솔라온케어'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쉽게 발전사업자가 될 수 있게 했다. 그동안은 개인이 발전소를 세워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문 닫은 곳이 많았지만, 솔라온케어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활용해 효과적인 운영과 관리를 함으로써 일정 수준 이상의 태양광 발전량을 보장한다. 한 달에 2만원가량 내면 일일이 발전소를 살펴보지 않아도 관리가 가능하다. 솔라온케어는 22일 조달청 벤처나라에 선정돼 앞으로는 태양광 발전을 설치했지만 관리 능력이 부족한 공공기관도 별다른 입찰 절차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혁신에 힘입어 이날 기준 전국에 있는 솔라온케어 발전소는 3700개를 돌파했다. 누적 투자는 3000억원을 넘어섰고, 실적 상승세도 가파르다. 2022년 각각 224억원, 7억원이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1023억원, 156억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견기업을 선정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월드클래스 플러스'에도 이름을 올렸다. 내후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 대표는 "태양광 에너지가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한국이 가장 풍부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이 태양"이라며 "투자, 생산, 소비까지 이뤄지는 태양광 생태계를 만들어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국민과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출처: 매일경제 이호준 기자(https://www.mk.co.kr/news/business/11323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