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비즈협회 선정, ‘이달의 혁신기업인’]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 인터뷰
◆ 혁신기업 성공사례 ◆
‘플랫폼 협동조합’이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들고 나온 기업이 있다. 플랫폼을 통해 전문성과 경제성을 높이고, 협동조합을 통해 조합원과 수익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비어 있는 옥상과 지붕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서 에너지를 파는 에이치에너지가 주인공이다.
일부만 참여할 수 있었던 태양광 사업을 돈이 되는 ‘블루오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은 함일한 사장의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와 도전정신 때문이다. 메인비즈협회(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는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를 ‘이달의 혁신기업인’으로 선정했다. 메인비즈협회(협회장 김명진)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올해 7월부터 ‘혁신기업인 알리기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포항공대 수학과 출신인 함일한 사장(53)이 태양광 사업에서 어떻게 성공스토리를 쓸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비어 있는 옥상과 지붕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겠다는 발상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다수의 소형 발전소를 운영해야 하는 관리의 한계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함 대표: 소형 발전소란 한계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태양광은 다른 재생 에너지보다 생산원가가 저렴합니다. 또한 원자력이나 해상풍력에 비해 설비 구축 기간이 엄청 짧습니다. 또한 태양광은 생산하기만 하면 정부에서 구입해줍니다. 정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지요. 문제는 설치 장소였어요. 저는 평소 ‘문제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는 생활신조를 갖고 있답니다. 비어 있는 옥상과 지붕을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실행에 옮길 수 없었겠죠. 수많은 소형 태양광 발전소 관리가 최대 걸림돌이었을 겁니다. 저에겐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일일이 찾아가서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해서 원격으로 관리하면 더 이상 문제될 게 없겠다고 판단했던 거죠.
-소형 태양광 발전소를 어떻게 원격으로 운영할 수 있는 건가요.
함 대표: 태양광 발전소 설치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요. 태양광 모듈과 기둥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죠. 발전소 성능을 최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그나마 어려운 영역이지요. 그런데 성능검사는 현장에 가도 잘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살펴보는 게 더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솔라ON케어’는 A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발전소의 이상 진단과 문제점을 대부분 찾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자체 운영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발전소만도 2300여개에 달합니다. 만약 디지털 원격 관리 플랫폼이 없었다면 소형 발전소 위주의 태양광 사업은 힘들었을 겁니다.
-2000 여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 같은데요.
함 대표: 저희는 금융회사에서 발전소 건설 비용을 차입하지 않습니다. 대신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으지요. 태양광 판매에 따른 수익을 투자자들에 돌려드리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7개의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어요. 이 가운데 6개는 투자금 모집이 완료됐고, 현재 ‘햇살그린협동조합’에서만 투자금을 모집 중입니다. 투자금을 내면 협동조합 조합원이 되고, 가입 후 익익월 첫 영업일부터 매월 투자 수익금을 받게 됩니다.
-투자 수익금이 시장 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높은 투자 수익금을 제공할 수 있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함 대표: 먼저 투자 수익금이 높은 이유부터 말씀드릴게요. 소규모 옥상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어 팔면 일반 태양광보다 가격(재생에너지인증(REC) 기준)이 50% 높게 책정됩니다. 당연히 대규모 태양광 업체들에 비해 투자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요즘엔 현물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돼 더 높은 투자 수익금을 줄 수 있답니다. 당사가 제시하는 투자 수익금은 1년 또는 3년 상품에 한해 적용됩니다. 만기가 도래하면 재가입하는 형식이죠. 또한 투자 수익금을 미리 줄 수 있는 배경은 ‘플랫폼 협동조합’의 구조 때문입니다. 당사는 ‘모햇’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 모집을 대행하고, ‘솔라ON케어’ 서비스를 통해 발전소들을 위탁운영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경영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요. 투자 수익금 선(先)지급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사는 발전소 설치 장소를 미리 확보해 발전소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있답니다.
-지난 9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간담회를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의 영업 방식에 대해 많이 궁금해했을 것 같아요.
함 대표: 맞아요.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이라고 오해했다는 투자자들도 있었고, 당사와 협동조합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당사가 ‘모햇’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하지만, 실제 투자금은 협동조합으로 들어가고, 협동조합은 전력 판매대금으로 투자 수익금과 원금상환을 해줍니다. 일부에선 투자금을 받아 곧바로 수익금 지급에 쓰지 않느냐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투자금과 투자 수익금은 철저하게 분리 운영됩니다. 당사와 조합은 신한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고 있고, 조합원은 해당 자료를 상시 열람 가능합니다. 혹시라도 협동조합이 일시적으로 원금상환 압박을 받게 될 때엔 충당금을 활용하거나, 운영 대행사인 당사를 통해 단기 차입을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20년 간 장기고정가격계약이 체결된 발전소를 매각할 수도 있겠지요.
-투자 수익금을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느냐와 옥상이란 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내법상 옥상은 지상권 설정등기 대상이 아니기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죠.
함 대표: 투자자들이 초기에는 그런 걱정을 많이 합니다. 당사가 ‘모햇’을 통해 투자자를 모을 때 제공하는 이벤트 자금 등은 일시적이지만,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투자 수익금은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답니다. 발전소 건설과 동시에 한국전력 자회사와 20년 ‘고정가격계약(발전소 건설 당시 태양광 전력 가격 기준)’을 체결하거든요. 전기를 생산하기만 하면 정해진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팔 수 있는 거죠.
지상권 설정등기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옥상이란 특수성 때문에 걱정할 수도 있을 텐데요. 당사는 그런 위험요소를 모두 감안해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조합은 하나의 발전소가 아닌 다수의 소규모 발전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임대해준 건물주의 파산 위험률은 20년 기간 동안 2%(연간 0.1% 기준) 미만일 것으로 봐요. 설사 파산해도 다른 곳으로 이전 설치하면 됩니다. 생각만큼 손실이 크지 않아요. 또한 태양광 종합보험에 가입했기에 설사 화재,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입어도 보상을 받을 수 있죠.
당사는 지난 9월 Pre IPO(기업공개 이전단계)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 등이 약 400억원을 투자했어요.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셈이죠.
-프리 IPO을 목적으로 투자를 받았군요. 이번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들은 회사의 어떤 점을 믿고 투자했을까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당사의 플랫폼 협동조합 사업모델에 대해 동종 업계 최고인 ‘AA’ 등급을 줬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무엇보다도 당사의 일본 전력시장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답니다. 당사는 내년에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재생에너지 수요기반이 탄탄합니다. 더구나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많아요. 소규모 발전소를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당사의 ‘솔라ON케어’의 AI 기술과 2018년부터 준비해온 에너지저장장치 기술이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주요이력
1971년생/ 포항공대 수학과 학사, 석사(컴퓨터 비전 전공)/ 96년 ~ 2013년 LG CNS 수석 컨설턴트/ 2014 ~ 2018년 Encored Technologies CMO(신재생에너지 총괄)/ 2018년 ~ 현재 에이치에너지 대표이사
◆ ‘이달의 혁신기업인,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는 누구?
‘빠르게 실패하자(Fast Fail)’.
에이치에너지 함일한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문제’에 집중하는 걸 즐긴다. 문제 속에 기회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Fast Fail’이다. “이것 저것 생각하다 보면 실천이 더뎌 집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때문이죠. 먼저 실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실패를 경험 삼아 차차 해결하면 됩니다.”
그는 포항공대 수학과를 나왔고, 동 대학원에서 컴퓨터 비전을 전공했다. 첫 직장은 LG CNS였고, 이곳 신사업팀에서 일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을 활용해서 앵코드 테크놀로지스(Encored Technologies)란 회사를 차렸다. 사업모델은 세대별 전자기기의 전기사용 데이터를 활용해서 소비자 행태분석을 하는 것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두면서, 근무는 국내에서 했다. “당시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회장 조지 소로스)와 소프트뱅크(회장 손정의)가 투자했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어요.”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신재생에너지가 재계에 화두로 등장할 무렵, 그의 ‘Fast Fail’ 욕구가 다시 발동했다. 지난 2018년 에이치에너지를 설립했다. “포항공대 학생 시절부터 스스로에게 3가지를 약속했어요. 첫째는 문제를 그냥 문제로 보지 말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둘째는 고민하다가 기회를 놓치기 보다는 먼저 실행에 옮기고, 셋째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장, 경제학박사
출처 : https://www.mk.co.kr/news/business/11192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