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코인원)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도 알고리즘이 들어간다. 원두나 온도, 물의 양 등 데이터에 기반해 시간을 잰 다음 커피를 내려준다. 이 작은 장비에도 알고리즘이 들어가는 만큼, 기술을 총괄하고 산업을 조망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고재필<사진> 코인원 CTO(Chief Technology Officerㆍ최고기술책임자)는 최근 이투데이와 만나 CTO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가상자산으로 대변되는 신산업이 기술을 매개로 혁신을 꾀하는 만큼, CTO를 찾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 CTO는 지난해 12월 코인원에 합류했다. 코인원은 지난해 가상자산 호황기에 힘입어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여의도 파크원 이전과 함께 기술직군 강화를 발표한 바 있다. 개발자들의 멘토로 꼽히는 고 CTO를 영입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그는 "사람들은 점심에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밤에는 서버를 짜는 슈퍼 개발자를 필요로 한다"라며 "다만 변화가 빠르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기술 필드에서 성장을 잘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받는 개발자들은 많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긴 탐색 끝에 차명훈 코인원 대표와 만났다. 화이트해커 출신인 데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동문인 점이 입사에 영향을 미쳤다. 퍼플즈 등 다양한 스타트업을 거친 고 CTO의 눈에 기술이해도가 높으면서 산업을 리드할 수 있다는 점이 코인원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거래소 기능이 탄탄한 점도 한몫했다. 코인원은 게임 서버에 기반해 가상자산 주문기록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통상 게임 서버에서는 수많은 고객의 값이 들어오고, 바뀌며, 계속해서 정보 값을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거래가 발생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만큼 이를 고속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고 CTO는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실 처우 자체는 상향 평준화된 상태고, 연봉이 어느 정도를 넘어가면 그 이상의 행복을 더 주진 않는다"라며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개발자를 성장시킬 것인지, 어떤 새로운 문제를 던져주고 해결하게 도울 것인지 제시하는 것"이라고 코인원의 강점에 대해 부연했다.
이어 "문제를 드릴 준비가 됐다는 건 시간과 기회를 드릴 준비가 됐다는 것"이라며 "문제를 풀다 실패를 해도 커버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진행한 대규모 채용에서도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문제 해결 능력을 중점적으로 봤다. 단순히 블록체인 전문가나 코딩 실력만을 살피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기술을 기반으로 직접 상품이나 서비스를 설계해야 하는 만큼, 소비자 친화적이면서 보안을 갖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고 CTO는 "투자자의 움직임이나 금융시장의 관심을 고려해보면 현재 크립토와 금융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현시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는 금과 비트코인,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수많은 실물자산과 디지털 자산 사이를 잇는 일종의 가교"라고 진단했다.
코인원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이 색깔을 유지해나가겠다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고 CTO는 "디지털 경제에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어떤 다양한 기술이 쓰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시도하는 중"이라며 "실물자산도 디지털 자산으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니겠나"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이투데이 박소은 기자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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