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독특한 국악 음악회가 열렸다. 조선 후기 풍류음악의 대표곡으로 불리는 ‘밑도드리’를 인공지능(AI)이 새롭게 구성한 곡이 국악 연주가들의 손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 음악회를 주도한 정재훈 포스텍 수학과 교수(수리데이터과학연구소장)는 “위상수학을 접목해 밑도드리에 독특한 순환구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비슷한 패턴의 음악을 작곡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데이터를 통해 음악을 만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수학 원리를 통해 창작 원리를 알아냄으로써 해석 가능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이끄는 수리데이터과학연구소는 데이터과학과 AI의 근본적인 수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순수수학, 응용수학, 산업수학 연구자들이 모여 데이터과학에 대한 수학적 이론을 구축하고, 알고리즘을 해석해 과학과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데이터과학과 AI가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이지만, 이를 응용하는 기술에 비해 기저의 수학 원리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수리데이터과학연구소가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밑도드리의 창작 원리를 파악한 것 외에도 위상수학, 기하학, 대수학을 기반으로 의학, 천체물리, 음악 분야 등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가령 동맥경화가 발생하면 혈류가 막힌 혈관 부위를 중심으로 와류같이 도는 구조가 생기는데, 그 혈류의 주기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예방 또는 진단하는 방식이다.
또 편미분 방정식의 기계학습적 연구를 진행해 기계학습의 인공신경망 이론과 편미분 방정식의 해법 이론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과학 연구는 사회를 이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정 교수는 AI 수학 아카데미와 같은 지역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제3세계 국가 데이터를 분석해 해당국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회적 봉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정 교수는 “앞으로도 데이터과학과 AI의 근본적인 수학적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것이 또한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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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