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세포 활성화 비밀 풀렸다...한·미 연구팀, 확률 모델로 뉴클레오솜의 활동 원리 예측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 김진수 수학과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UC Irvine)·LA(UCLA) 캠퍼스와 공동연구를 통해 몸속 세포 활성화의 비밀을 밝혔다. 확률보행(Random walk)이라는 수학 모델로 예측한 내용을 실험을 통해 검증한 연구다.
분열하는 세포의 염색체는 실에 돌돌 말린 구슬 형태다. 긴 DNA가 단백질 핵을 감싸고 있는 것인데, 각각의 구슬 형태를 '뉴클레오솜'이라고 부른다. 뉴클레오솜의 활동 원리는 주로 시험관을 통해 연구돼 실제 몸속의 생생한 뉴클레오솜에 대해선 많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신호 의존 전사 인자(SDTF)를 조정해 몸속 뉴클레오솜의 활동 원리를 밝히고자 했다. 신호 의존 전사 인자는 활성화되면서 뉴클레오솜의 특정 부위에 달라붙어 위치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뉴클레오솜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확률 모델을 개발,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시간에 따라 관측된 실제 DNA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DNA가 단백질 핵을 감싸고 다시 푸는 과정은 시험관 연구 결과에 비해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DNA 중에서도 협동성을 가진 DNA만이 확률 모델과 실험 결과가 일치하기도 했다.
또 신호 의존 전사 인자가 뉴클레오솜의 정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 가깝게 달라붙었을 때 위치가 가장 많이 바뀌었으며, 신호 의존 전사 인자가 진동하면 위치 변동성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단백질 결합 위치에 따라 몸속 세포의 활동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률 모델과 실험 결과를 함께 이용해 검증한 최초의 성과다. 직접 관측하기 어려운 몸속 세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풀어냈을 뿐만 아니라, 수학과 생물학이 시너지를 낸 연구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미 알려진 생물 현상을 수학 모델로 해석했던 기존 연구들과도 차이를 보인다.
한편,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