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연구는 3차원 다양체의 위상과 기하입니다. 위상수학 및 기하학 연구의 근본적인 목표는 기하학적인 대상, 즉 다양체들을 분변량에 따라 분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차원의 경우 흔히 구멍의 개수라 불리우는 '종수(genus)' 에 의해 곡면을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3차원의 경우 상황이 좀 더 복잡한데, 19세기 푸앵카레 이래로 많은 수학자들이 종수와 같은 위상수학적 불변량을 정의해서 3차원 다양체를 분류하고자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상황은 1970년대 이후 서스턴이라는 수학자의 공헌에 힘입어 상당 부분 개선이 되는데, 그의 주장의 핵심은 위상을 분류하는데 있어 기하를 이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서스턴은 모든 3차원 다양체는 유한개의 좀 더 작은 다양체들의 조각으로 나눌 수 있고(마치 ‘레고(LEGO)’ 블럭처럼), 각각의 조각은 8개의 기하 구조 중 하나를 가진다고 것입니다.1)그리고 서스턴 주장의 주요 결과 중 하나는 대부분의 다양체는 8가지의 기하 중, 곡률이-1인 기하, 즉 쌍곡(hyperbolic)기하를 가진다는 것이었습니다.2)
모스토의 견고성 이론(Mostow's Rigidity)에 따르면 하나의 다양체가 쌍곡 거리 구조를 가질 때, 본질적으로 유일하게만 가질 수 있고, 따라서 부피는 각각의 쌍곡 다양체의 기하학적 불변량이자 더 나아가 위상적 불변량이 됩니다. 다시 말해, '부피'라는 불변량을 기준으로 이제 3차원 다양체의 분류에 관해 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먼저 몇 가지 자연스러운 질문들을 떠올릴 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1. 임의의 주어진 D(>0)에 관해, D를 부피로 가지는 쌍곡 3차원 다양체를 완벽히 분류할 수 있는가? 3)
2. 두 개의 서로 다른 쌍곡 3차원 다양체의 부피가 서로 같다면, 왜 부피가 같은지에 대해서 좀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
이외에도 부피의 좀 더 일반화된 개념인 복소 부피, 유사 복소 부피 등을 정의할 수 있으며, 이 불변량들에 관해서도 위와 비슷한 질문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현재 제 연구는 유사 복소 부피로 쌍곡 3차원 다양체를 분류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어진 2-cusped 쌍곡 3차원 다양체가 있을 때, 이로부터 덴 수술(Dehn Surgery or Dehn filling)을 통해 얻은 다양체들을 유사 .2복소 부피를 통해 분류하는데 성공했고, 지금은 이를 좀 더 일반화 한, 임의의 n-cusped (n>2) 다양체에 대해서 이로부터 덴 수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다양체들을 분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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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주장은 서스턴 본인에 의해서 많은 부분 증명이 되고, 최종적으로 2000년대에 페렐만에 의해 완결이 됩니다. 서스턴-페렐만 이론의 따름 정리 중 하나가 유명한 푸앵카레 추측입니다.
2) 이 부분과 관련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고등과학원(Kias)에서 발간하는 과학전문웹진 Horizon에 실린 "기하학의 꿈, 3차원 기학위상수학" 이란 제목의 제 기사를 추천합니다.
3) 부피가 D(>0)보다 작은 쌍곡 3차원 다양체는 무한하게 많지만, 정확히 D와 같은 다양체는 유한하게만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습니다.